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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약한 감정들에 바치는 헌사—미숙했던 것들에 대한 미숙한 사과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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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EDIT GIANT 작성일19년04월22일 15:11 조회23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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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약한 감정들에 바치는 헌사미숙했던 것들에 대한 미숙한 사과 <연애>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은 누구나 꺼리는 일이다. 나의 가장 큰 치부는 우울하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쉽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것이 단지 일시적인 감정이기를 바라왔다. 그러나 나는 지속적으로 계속 우울해왔고,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그것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만 하고, 치료를 받지 않으면 글자 그대로 사는 것이 어렵다. 현대인에게 우울증은 감기와도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한다. 진단을 받았느냐, 그렇지 않았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우리는 모두 정신병자라고. 그러나 여전히 정신병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근본 없는 불쾌감은 근절되기 어렵기 때문에, 나에게 무례한 말을 쏟아내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병원에 다니지 않으면 안 되겠냐는 것이었다. (아니요, 안 됩니다. 약을 먹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어요. 그 판단은 제가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불행의 흔적은 비교적 쉽게 보인다. 몇 번의 자살 시도, 그리고 수많은 자해의 상흔이 몸 곳곳에 남아 있다. 그것들은 그대로 약점이 되었다. 누군가는 동정의 눈길로 쳐다보았고, 누군가는 나를 피하였으며, 어떤 이들은 그들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듯이 굴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불행의 냄새를 보다 민감하게 감지하였다. 안정된 상태일 때는 그래도 괜찮았다. 그러나 불안한 시기에는 그러한 약점들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는 하였다. 가벼운 친절과 쉬운 호의에도 곁을 내어주는 것은 별로 좋지 못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이들이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사람들이었다면 그렇게까지 최악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비슷한 불행을 바탕으로 비슷한 결핍을 키워나간 이력이 있었고, 그렇지 않다면 나의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이용하여 빈자리를 파고든, 아주 악질적으로 나쁜 사람들이었다. 그런 식으로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진 후에는 몸도 마음도 나빠지기만 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그래서 심각하지 않은 결함들을 상보적으로 채워나가는 관계는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유독 불안하고 불행한 사람들만을 사랑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 사랑이 단지 집착이나 성욕에 가까운 것일지라도 일단은 편의상 사랑이라고 명하고자 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연애도 섹스도 아니라 치료이다. 내가 만나왔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였지만, H는 유독 자책이 심하였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 평범한 삶을 개척했다. H는 자수성가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유복하지 않은 가정환경 속에서 장학금을 지원해주는 대학에 들어가 자신의 적성과는 잘 맞지도 않는 공학을 전공하고 아직 젊은 나이에 과장까지 진급하였다. 그는 자신을 사랑할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하여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몹시 아까워했다. 그가 하는 결정에는 자신의 의지가 좀처럼 반영되지 않았다. 언제나 남들이 좋은 일을 하였고,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타인으로 하여금 자신이 살아가는 의미를 찾았다. 그는 모든 알을 타인이라는 바구니 하나에만 담았다. 그에게는 다른 바구니가 없었다. 그것은 그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남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그들에 대한 집착도 컸다. 그의 집착은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강도의 것이었다. 그의 애정과 질투 그리고, 증오에서 벗어나기 위한 나의 방법들조차 그렇게 합당한 것이 아니었다. 나의 어줍잖은 양심은 그의 헌신을 배반하고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비겁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었을 뿐이다. 그를 조금이라도 사랑하였다면 애정과 증오 사이에서 서로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물론 H처럼 유약한 자아를 가진 사람만이 파멸(?)을 가져오지는 않았다. 자아가 강한 사람은 강한 사람 나름대로 부실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J는 내가 만나왔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정상적인 아니, 가장 강한 축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끼리끼리 논다고, 내 스펙트럼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비슷한 무게의 결함을 가지고 엇비슷하게 자기연민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였다. 지독한 피해의식, 지겨운 운명론자들. 그러나 J는 달랐다. 그는 본업에 있어서는 유능하였으며, 취미에 있어서는 충실하였다. 그의 말에는 확신이 넘쳤으나, 타인을 깔고 뭉개는 일은 결코 없었다.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그의 유년기는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보기 어려울 법한 인간적인 면모까지도 선사하였다.

    그는 취미로 사진작업을 하고 있었다. 취미로 하는 것 치고는 꽤나 인지도가 있었고, 그를 추종하는 이들도 제법 많았다. 그가 나에게 작업을 하자고 제안을 하였던 것은 겨울이었고, 때마침 친척집에 있던 걸로 보아, 구정 연휴였던 것 같다. 그는 내 손목을 줄곧 생각했다고 말하였다. 의미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하고서는 이제 더 이상은 내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치 내 상처를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혹은 내 상처를 존중한다는 듯이, 그렇게 이야기하였다. 그 이전에는(그리고 그 이후로도.) 아무도 그와 같은 뉘앙스로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의 불행에 이끌려 접근한 비슷하게 불행한 인간들은 내가 영영 불행하기만을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부서질 듯 약한 마음으로 언제나 그들에게 기대기만을 바랐다. 사진작업을 하자고 말하였던 이가 이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하나의 가벼운 소재처럼 이야기 하였다. 파격적인 이미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들뜬 목소리와 눈빛은 역겨움 그 자체였다.

    불행한 사람을 현혹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사람을 현혹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다. 비슷한 예시로 애인이 아주 없거나 오랫동안 없었던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연애에 절박하지 않다. (물론, 비교적 그렇다는 것이다.) 그보다 절박한 이들은 헤어진 직후나 직전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사랑의 행위는 일종의 습관이 되었다. 사랑의 의미는 퇴색되었지만 그 행위들은 아직까지도 몸과 마음 모두에 남아있다. 무엇 하나 합치되지 않는 그들 나름대로의 가장 불행하고 힘든 시기인 것이다. 불행한 사람들은 작은 친절에도 현혹된다. 아닌 줄 알면서도 이번만큼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일말의 기대를 걸고, 다시 무너진다.

    J와 나는 곧 자게 되었다. 내가 J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나는 이미 애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클리셰와도 같이, 자게 되었다. 그것은 합리화이다. 나는 내 상처들에 처음으로 손을 뻗어 매만져주었던 J를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아마도 J는 내가 그런 마음이라는 것에 대하여 반신반의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후에는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을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나는 J를 사랑하지 않았고, 사랑할 수 없었고, 그와 동시에 그 모든 것이 증오스러울 정도로 J를 사랑하고 싶었다.

    J는 이미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와의 관계를 정리하였다. 그는 고통스러워했다.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하였는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나조차도 나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는 내가 거짓말을 하였다는 것을만나는 사람이 없다고받아들이지 못하였다. 그가 강압적이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얼마나 유약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얼마나 흔들리기 쉬운 감정들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할 뿐이다.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에게 상처를 주었고 모든 관계를 망가뜨렸다. 그런 것들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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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를 할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누군가의 마음을 물린 적이 몇 번 있다. 사실 그들과 연애를 할 의지가 없기도 하였지만, 만약 의지가 있다고 하여도 거절했을 것이다. 모든 사랑이 성숙할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미숙한 사랑은 그만하고 싶다. 미숙한 것들은 미숙하기 때문에 용서되고, 때로는 미화되기도 하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어떤 종류의 미숙함은 계속 아픔으로 남는다. 그래서 나는 좀 더 건강해지고 싶고, 그리고 나서 사랑을 하여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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