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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EDIT GIANT 작성일19년01월11일 08:42 조회4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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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프렌드는 섹스프렌드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세상은 재밌어. 진실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거짓말은 사람을 흥분시켜. 안 그래?

    김영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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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은 세 가지 조건이 갖추어 졌을 때 충족될 수 있다. 첫째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고 둘째는 거짓에 속아줄 사람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그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겠다는 동의이다. 경우에 따라 마지막 조건은 당사자들 이외에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할 수도 있다. 사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거짓에 속아주는 사람이다. 언뜻 보기에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짓말을 그만두는 것보다 더 이상 속아주지 않기로 마음을 먹는 것이 훨씬 쉽고 간단한 일이다.

    A와 나는 흔히들 이야기하는 섹스 프렌드이다. (아직 이것보다 적절한 용어는 찾지 못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관계에는 일종의 불문율이 존재하고 있다. 바로 섹스 파트너가 아닌 척 대하기. 그와 나는 어느 정도는 연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들을(예를 들면, 질투라든가 걱정 같은 것들이 해당 된다.) 공유하고 있었고, 설령 그러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여도 예의상 그러한 감정과 행동을 내보였다. 사실 연인관계에 존재하는 좋은 감정들도 많지만, 나쁜 감정도 분명히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 중 좋은 것만을 선택적으로 취한 것이다. 사실, 서로 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한 무언의 약속이 없을지라도 감정적인 충돌이 발생할 리가 만무했다. 그러나 그러한 사소한 거짓말은 섹스를 나누기 위해서 윤활유처럼 존재하는 것들일 뿐이다. 그것은 연애 같은 것과는 구분되어야만 했다.

    말과 행동은 진심에서 우러나오기보다는 상황에 편승하는 것이 더 크다. 섹스를 할 때만 감탄사처럼 터져 나오는 사랑해는 정말로 사랑해서 나오는 말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추임새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그에게 보고 싶었어라고 이야기 한다고 해서 정말로 보고 싶었다는 뜻은 아닌 것이다. 그것은 상황을 만들기 위한 말들에 불과하다.

    A와 내가 암묵적으로 지키고 있는 것은 단순하다면 단순한 것이었다. 서로 섹스를 나눌 때는 싱글일 것. 쉽게 말해서 너의 애인이 너를 만나주지 않을 때 만나는 대용품쯤으로 생각을 한다면 더 이상의 프렌즈 위드 베네핏(friends with benefits)”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더러운 드잡이에 휘말리고 싶지 않기도 하였고, 굳이 외도를 하고 싶지도, 일탈의 상대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이것은 얼마쯤은 자존심과도 관계되는 문제였다. 섹스와 연애의 영역은 구분 될 것. 오직 섹스를 나누기 위해서 존재하는 인간 관계는 오히려 연애보다 더욱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그리고 그 신뢰라는 대단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연애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섹스 파트너한테 어장관리를 한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는 명제이다.

    문제의 발단은 아주 간단하다. A는 나와 섹스를 나누는 동안에 다른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관계들을 두었고 이를 철저하게 숨겨 왔다. 내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마치 외도를 하다가 걸린 애인의 모습처럼 당황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그가 나를 그들과 비슷한 어장의 범위에 넣고 있었다는 것이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그와 나의 공통된 지인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그는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의적으로 거짓말들을 늘어놓고는 했다. 물론, A는 자신이 편할 때 만나서 섹스를 나누는 편의성을 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지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내가 너에게 속이거나 말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냥 심심풀이로 만난 거야, 그 정도는 괜찮지 않아? 나는 너를 여전히 존중하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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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바닥에 있는 진실은 그와 내가 아무 관계도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섹스라는 수단을 두고, 그렇지 않은 척 만나 온 것은 거짓이었고, 그 사이에 존재하였던 걱정과 질투 그리고 사랑해, 좋아해, 보고 싶었어 그런 말들도 모두 거짓이다. 오로지 욕정만이 진실이고, 그가 자신의 편의를 위해 나를 존중하지 않았던 것이 그보다 더한 진실이다. 혹은 모든 것이 명시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동상이몽에 빠져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끝까지 그러지 않은 척을 하였지만 사실 그에게 나는 어떠한 종류의 친구도 파트너 관계도 아닌 성욕을 풀기 위한, 혹은 더 나아가서 그냥 재미를 보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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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비극이나 희극은 없다. 아니, 희극일 뿐이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웃어넘기면 그만일 뿐이다.

    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에서.

    오직 성()에 관해서만 이야기 할 때는 한도 끝도 없이 천박해지지만, 성에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추가되면 오히려 성()스럽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것이 우습다. 누군가에게 섹스는 천박한 영역의 것이기 때문에 원나잇스탠드나 섹스파트너 같은 말들은 무게를 가질 수가 없다. “선섹스후연애”, 남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물론 가능하다. 그러나 “friends with benefits”가 애인으로 발전(?)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내가 A에 대한 전투의지를 느낄 수 없었던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 우리가 공유하였던 관계가 너무나 가벼운 것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분노를 느끼기보다는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내가 공유한 것은 관계라고 이야기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생각하면 나는 불문율이라고 믿어왔던 애정을 가장한 행동들도 그에게는 어장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그가 술을 마시자고 부르는 것에 응수하는 것과 응수하지 않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깔끔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첫 번째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리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혹은 그런 것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 척, 그저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가 나를 하대하든, 어장관리를 하든, 내가 그를 좋아하고 있다고 착각을 하든, 좀 재수없고 짜증나기는 하지만 굳이 끊어낼 의지를 발휘하는 것도 귀찮기 때문에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냥 무시하면 그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두 번째 선택지는 이 어정쩡한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다. 그는 본능에 충실한 인간이기는 해도 멍청하지는 않기 때문에 한 두 번쯤 그가 제의하는 약속을 거절하다 보면 나를 더 이상 타깃으로 두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와의 섹스가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뭐 남자가 A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한 두 명쯤 자다 보면 잘 맞는 상대가 있기는 할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번거로움을 감수할 생각을 하니 애초에 섹스 파트너를 여럿 두는 것이 맞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문득 그가 나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공익을 위해서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한(?) A이지만, 그냥 아무나 한 명쯤 희생되어서 내가 더 이상 그를 볼 이유는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에게는 딱히 마음을 주지 않아도 잘 만나주고, 살도 섞고, 술도 잘 사주고, 사적인 이야기들을 잘 들어주는 내가 유용하고 만만했을 것이다. 책임은 없고 쾌락만이 존재하는 관계는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볼만하다. 지금도 충분히 편리하고 좋은데, 그런 관계에 감정을 쏟아 붓는 멍청한 일 같은 것은 나 같아도 딱히 하고 싶지가 않다. 그러는 동시에 얼마쯤은 그에게 거짓말인척 내보이는 달콤한 호의들이 사실은 진심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지는 않았나 싶기도 하다. 어느 모양새로 보나 사실 을이 되어버렸지만 갑이 없는 을보다 을이 없는 갑이 아쉽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조금 더 이 지진한 관계를 이어나갈까 싶다. 많은 것을 내려놓을수록 편한 것이 섹스 파트너라는 것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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