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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EDIT GIANT 작성일18년12월31일 10:55 조회567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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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짐의 이유

    사랑은 존재하지 않아요. 이기심은 있죠. 개인의 이익에 근거한 집착도 있어요.

    자기만족도 존재해요. 하지만 사랑은 없어요.

    <토탈 이클립스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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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란드 감독의 <토탈 이클립스> 19세기의 시인 베를렌느와 랭보의 서사를 다루고 있다.
    몇 번의 헤어짐과 만남 끝에 랭보는 베를렌느를 견디지 못하고 절교를 선언하고, 베를렌느는 그를 향해 총을 겨눈다.
    베를렌느는 아내가 있는 남자였다. 그가 아내와 헤어지지 못한 것은 비단 동성애가 법적으로 엄격하게 금지되는 것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아내의 육체로부터 얻는 쾌락과 안정, 그리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부가 필요하였다. 그녀의 부는 시를 세속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에 관심이 없는 랭보의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였다. 그가 아내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에는 그의 욕망과 욕심이 깃들어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정도는 랭보에 관한 그것 또한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디카프리오가 외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보편적인 말이기도 하지만, 베를렌느를 향한 책망으로 보이기도 하며, 어떤 의미에서는 그 자신에게 던지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헤어져야만 하는 만 개쯤의 이유를 마음 속에 나열할 수 있으나, 헤어지지 못할 한가지 이유를 느끼며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감정이 관여하는 일에서 이성적인 결단을 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차라리 랭보보다는 나한테 필요한 말이다. 나는 그를 사랑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다. 단지 필요에 의해서 만나고 있을 뿐이다. 이 모든 감정은 나의 허영심과 과시욕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그와 만나지 않을 때 찾아올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몇 가지 불편함, 혹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 자격지심에 의해서 그를 계속 사랑하라는 판단이 내려지는 것이다. 그러한 자기최면, 혹은 냉정한 판단을 몇 번이나 암시하고, 똑같이 멍청한 이유로 감정적으로 격해지는 날이 반복되면 헤어지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 그러나, 헤어지는 것은 다시 연락을 하지 않는 것에 비하면 매우 쉬운 일이다.

    그들이 나를 사랑하는, 혹은 사랑하지는 않아도 만나고 있는 이유에 대하여 생각해보면 내가 그들을 만날 이유조차 희미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나의 첫 남자친구는(비록 농담조이기는 했지만) 입버릇처럼 말하고는 했다. “나는 네가 예뻐서 만나.” 나의 바로 전 애인도 줄곧 말하였다. 그는 나의 성정을 정말로 견디지 못하고 화를 냈기 때문에 그의 말은 오히려 진실성 있게 들렸다. “너는 어리고, 몸매도 좋고, 예쁜데 나를 왜 만나니?” 그것이 그가 나를 만나는 반증이 된다는 것을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사랑이라고 보여지는 것들에는 투명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러는 너는 나를 왜 만나는 걸까, 설마 섹스하려고 만나는 거라면 그건 너무 진부한 소설의 그것보다 진부한 클리셰(cliché) 같지 않니, 그래도 어쩔 수 없겠다라는 것이 당시의 심정이었다. 설령 당신들이 섹스를 하기 위하여 나를 만나는 것이라고 하여도, 내가 당신들을 만남으로써 충족시킬 수 있는 정서적 안정감이나 허영심이 육체적인 쾌락보다 속물적이지 않다고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불쌍한 여자가 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그런 감정들을 먼저 떠올리고 나를 방어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사랑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지 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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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매일 오후에 지난 일들을 묻고 답하며 밝거나 어두운 방 안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다.
    그것은 우리의 미래를 말해주고 우리는 또다시 숨기 좋은 곳을 향해 헤매기로 한다.

    박솔뫼, 「우리는 매일 오후에」 에서.

    어떠한 종류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그 사람이 부재하고 있을 때, (비단 그 자리에 부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내 삶 자체에서 부재하고 있는 상태일 때도 포함한다) 더 많이 나온다. 나에게는 박의 경우가 그러했다. 박을 만나고 있을 때 박에 대한 이야기는 나에게 있어서 일종의 터부였다. 나는 박에게 나보다 소중한 다른 어떤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박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꾸며내야 할 거짓말들이 너무 많았다. 그를 만나고 있을 때에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해도 온전히 그에 대한 것들이 아니었다. 박과 헤어진 이유는 너무 단순하다. 그게 그 상황 속에서 가장 맞는 일이었다. 박은 여전히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나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오해하고 있기도 하다. 그것이 절반쯤 맞는 말이기 때문에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미 다른 사람이 있었던 박이 할만한 말은 아니다. 박과 헤어지면 죽을 것 같았는데, 이대로 그를 만나다 보면 정말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연인들, 특히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의 과정을 반복한 이들은 많은 경우에는 갈등을 직면하는 것보다는 회피하는 것을 택한다. 연인관계에서 포기했다는 말은 표면적인 뜻 그대로 그들 자체를 내던져 버린 것과 다름없다는 의미로 쓰이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더 이상 그 혹은 그녀의 일에 신경을 쓰는 것을 그만둔 것에 가깝다. 왜 그런가? 더 이상 신경을 쓰면 내가 그녀를 견디지 못할 거 같은데, 헤어지는 것이 그보다 어렵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환승은 포기 단계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계속 만나고 있는 유일한 이유가 단순히 혼자라는 사실 자체에서 오는 외로움을 견디기 어려워서일 뿐인데,현재의 상대보다 편안하게 사랑할 수 있는 다른 상대가 대시해 오는 것을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나는 박과 헤어지기 직전에 다른 사람들을 단발적으로 만나고 있었다. 물론 박과 헤어지고, 그들을 만나는 것이 보다 옳은 방향이겠지만, 박이 부재하는 시간에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던 내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이자,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고 변명하고 싶다. 박은 자신의 부재를 그래도 네가 일 순위야라는 말로 무마하고는 하였다. 박이 없는 시간조차 박을 향해 있던 나에게 그가 부재하는 동안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서 벗어나게끔 하는 동기이자 헤어져도 괜찮다는 지표였다. 가끔은 그가 생각나고, 힘들고, 혹은 아쉽겠지만 정말로 죽지는 않는다는 것, 그것이 내가 믿을 수 있는 하나의 사실이었다.

    너와 함께 있으면 즐거웠어. 너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겠지. 재미있는 인생일 거야. 너를 가만히 관찰해 봤어. 어벙한 성격에 명랑함, 어눌함, 착함, 우울함, 몸짓을 가만히 보고 있었더니, 왠지 나 자신을 조금은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요시모토 바나나, N.P』 에서.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데에는 저마다 다른 이유와 동기, 그리고 사건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을 만나지 않게 되는 데에는 오직 한 가지 이유만이 존재한다. 헤어져도 괜찮기 때문이다. 사실, 자신의 마음에 대하여 지금은 사랑하고 있다거나 저 사람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식으로 완벽하게 단정짓기란 불가능하다. 설령 그럴 수 있다고 하여도 이는 자신에게 그러한 관념을 세뇌한 결과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 이는 랭보의 극중 대사에 개인적으로 내리는 판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행불행에 대한 판단은 전자에 비하면 보다 명확하게 내릴 수 있다. 박을 만남으로써 내가 얻을 수 있는 만족감, 어느 정도는 세속적이고 속물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유에서 기인하는 감정은 역겹다는 판단을 내려도 할말이 없는 것들, 그 모든 것은 내려놓으라면 내려놓을 수 있는 것들에 불과하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관념적인 판단은 늘 어렵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단적으로 사랑이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를 사랑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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